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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9. 28. 21:05
[Note]
한번쯤 볼만한 영화.
8,000원의 돈과 2시간 20분의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영화.
허영만의 타짜를 좋아했었던 나는, 만화를 얼마나 적절히 영화로 표현했을지 궁금했다. 도박에 도짜도 모르던 고니가 허풍과 자신감으로 가득찬 전형적인 남자의 모습으로 자신의 2년치 월급을 한탕에 날려 버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변에서 도박으로 망한 예를 들을때 꼭 등장하는, 집안의 피와같은 돈을 몰래 가지고 나가 돈을 다 잃고, 결국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면 집에 안들어갈 것이야!' 라는 한번쯤 들어본 스토리로 이야기는 전개된다.(그 후의 이야기는 직접 보면서 느껴보시길)
영화중 네명의 캐릭터가 가장 깊에 뇌리에 박혔는데.. 한국 최고의 타짜 평경장/아귀/짝귀, 그리고 정마담.. 이 네명이 인상 깊었다. 경상도의 아귀, 전라도의 짝귀, 전국구의 평경장(-_-;)..
평경장의 백윤식은 고니가 돈을 잃고 주먹을 휘두르다 잡히기 일보직전 한마디를 하며 등장한다. "잘알지.. 누구긴 누구네, 미친놈이지" 자신을 한국 제1의 전국구 타짜라고 자칭하면서도, 도박에 취하지 않고 화투를 예술로 승화시킨 유일한 존제라고 한다.
짝귀의 주진모는 아귀에게 기술을 부리다 한쪽 귀를 잘렸으며, 기술을 부리지 않고 싸우다 한쪽손목을 잃은 존재이다. 한창 물이 오를데로 오른 고니를 만나 가볍게 묵사발을 내주고 한마디 한다. "니는 내한테 안돼.. 더 연습하고 와.."
아귀의 김윤석은 깡패두목으로, 도박으로도 돈을 벌며, 기술을 사용하는 타짜들의 손목을 자르는 괴이한 존재이다. 가장 포스가 느껴지는 인물이었는데, 게임도중 상대방이 기술을 쓰는 것을 보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며 기술같은 추잡한 것을 사용한놈의 손목을 헤머로 으깨버리는 존재이다. 고니가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한마디.. "가만 나도도, 기다리면 남이 잘라준다. 흐흐"
이 셋의 공통점은? 화투라는 분야의 최고 고수라는 점. 어떤 분야에서건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세상의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틀린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들에게 일반인은 애기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애기같이 아웅다웅 하는 인간들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평경장과, 애기들은 심심풀이 땅콩이고 어설프게 사람을 속이는 놈들은 손목을 잘라버리는 미친 아귀.
꽃으로 하는 싸움에 신의 경지에 오른이들의 모습이 영화에 담겨있기에 빠져들었다.